헤드윅 뜻 [공연 후기] 뮤지컬

프롤로그가 다시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고은선 이름 보니까 궁금했어특별히 애교도, 애드리브도 없는 배우지만 노래를 잘 부르니 넘버를 듣는 게 즐거울 것 같았다.
원래 애드리브가 많은 배우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딱 후기에 기본 노선이라던가.좋아. 심지어 운 좋게 티켓팅도 잘했어.갈퀴가 이만하면 동네방네 자랑할 일이다.

공연 후기

헤드윅 고운송이 츠학 김려원

슈크슈프 최기호 크리스토프 작키야 책영환 슈라트코 정일중 밀코유지훈

베이직한 헤드윅, 기본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나는 그 기본이 궁금했다.
그래서 예쁜 눈으로 갓위크를 바라보았다.
크게 X를 그린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우측 통로에 등장하는 갓 위크 망토에 Yanky go home이라고 적혀 있다.
처음 돌아간 문구 조용하고 친절한 갓위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매니저 이름이 필리스인 가나이츠학이 렌트에 출연할 뻔했다거나 하는 건 영화와 같다.

하지만 2시간 40분을 지켜본 결과 고은성의 헤드윅은 어떤 헤드윅인지 잘 모르겠다.
어머니와의 서사가 강하다는 말을 듣고 내심 마음에 걸렸다.
나는 헤드비히 슈미츠 여사가 마음에 들어했던 사람인데, 그러면 이 헤드윅이 그것을 풀어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집중해서 기대했는데아쉽지만 어머니와의 관계는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닥터 에스프레소 바에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라는 샹샹을 부른다고 해서 갑자기 없었던 관계는 생기지 않는다.
평소에 좋아하는 션 부르고 싶었는데 마침 그 곡이 거기 있었던 게 아니라?이런 의심만 있을 뿐 헤드윅과는 전혀 맞지 않는 노래였다.
중간중간에 다른 노래도 몇 곡 부르는데 특히 그 노래가 그 장면에서 필요하다기보다는 고은선은 이런 노래도 할 줄 아는 자랑의 노래다.
오븐 마스터 신에서 카펜터스의 노래도 갑작스럽다.
굳이 번안까지 해서 진심인데 포인트가 빠졌단 말인가.슈퍼스타 래퍼 토미의 테알미늄 다운은 웃기기까지 했다.

팬텀싱어 열혈 시청자로 본 고은성은 개인기도 많고 참 매력적인 가수였다.
뮤지컬 마니아로서 말하자면 죄송하지만 고은성은 노래는 잘하지만 연기는 부족한 배우다.
잘라서 편집하는 TV의 속성은 고은성의 매력을 극대화했을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무대는 그의 부족함과 미숙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스토리를 제대로 풀어가는 힘이 부족하고 무대를 장악하는 힘도 부족하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늘어놓았는데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텐션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끝까지 그래.대사 고저장단이 많지 않아 지루하고 주마가 떠올라 지루하다.
극을 친절하게 해결하려는 의도는 보이지만 헤드윅의 감정 변화를 전달하는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
뒤로 갈수록 지루하고 졸리더니 드디어 언제 넘버가 나올지 기대가 됐다.
넘버가 좋았냐면, 노래치고는 괜찮았고 넘버치고는 그저 그랬다.
노래를 잘하는 고은선이 노래를 뽐내기엔 나쁘지 않았고 뮤지컬 캐릭터 헤드윅으로 감정과 서사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어떨까.이 헤드윅이 어떤 헤드윅인지 보이지 않으니까.슬픔도 욕구도 아픔도 갈망도, 특히 연기에서도 넘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똑똑한 한셀도, 삶에 지친 헤드윅도 똑똑하지만 이겨낸 토미도 집착해 연민의 헤드윅도 아무것도 없었다.
베이직 해서 베이직한 거 보러 갔는데 아무것도 없었어고은선의 헤드윅 콘서트랄까.굳이 변명을 하자면 헤드윅은 쇼나 콘서트 형식의 극으로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지만 고시국이라는 장벽이 무대와 객석을 갈랐다.
변명할 수 없다는 건 배우들이 더 잘 알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벽을 깨고 깨는 것이 헤드윅이라는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가 할 일이다.

그리고 아쉬운 점이를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고은성은 19금 모션을 거의 하지 않는다.
헤드윅은 남성의 1인치를 든 채 여장을 하고 성매매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이다.
그런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이렇게 몸서리가 쳐질 일인가.원작은 진지한 말장난을 하면서 늘 섹드립을 하고 야한 농담을 한다.
그래서 노골적인 모션은 당연히 따라붙는다.
고은성은 토미 마스터베이션이 딱 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특정 모션을 하지 않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한다.
물론 그것은 허구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나약함이나 용기가 없는 것을 그런 대본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걸 싫어하면 왜 헤드윅을 하니?

나는 울면서 감동할 준비를 하고 갔는데 아무 감정도 없이 보고만 있었다.
여기서 이런 표정이야?여기서 이런 감정이야?납득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순간디올리진 오브 러브도 그랬고 익스큐짓콥스도 그랬고 롱리프트도 그랬고.위키드 리틀타운과 rep는 너무 좋아한다는 넘버여서 조건반사로 눈물이 조금 났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입으로 또박또박 고마워요, 토미.지금 토미로서 노래를 부르고, 지금 헤드윅으로서 대사를 한 것이라고 굳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해 준다.
감사의 마음이 표정이나 연기에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나는 보이는 대로, 아, 지금 헤드윅인가 1인 2역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미드나잇 라디오는 어쨌든 한 인물의 전쟁 같은 삶과 그 승리의 현장을 지켜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지지만, 변신이 임팩트 없는 잇츠학에 놀라고, 부츠를 벗는 헤드윅에 놀라며 감정은 다시 사라진다.
부츠를 벗었어.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숙여.이 헤드윅은 죽으러 간다오마이갓 엔딩 노선은 그날로 바뀔 수 있으니 특별히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하면 고은성만 못한 것 같은데 김려원이다.
연기 파업 이런 식으로?그냥 노래머신에 캐스팅 된 것 같아헤드윅 잇츠학 둘이서 연기 중/할 수 없는 대결에 불꽃이 튀는다.
관계성? 서사성?귀를 씻어야겠다아니 눈을 씻고 다시 봐야 되는 건가?김려원은 이츠학이가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를 게 분명하다.
한마디 없는 대사도 마이크에 대고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 하나로 일관한다.
지난 시즌 불성실했던 율츠학을 깬 것을 사과해야 한다.
이렇게 하향 평준화되는 건 반갑지 않지만 율츠학이 그리운 날이 오는구나.내가 항상 이츠학이를 사랑하는데 헤드윅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어떤 감정도 읽지 못하는데, 관계성이 있을까?익스큐짓 코우프스에서 헤드윅에 대한 원한이 하나 보였어.근데 왜 원망하는지는 모르겠어

관계성과 서사성은 내가 적극적으로 읽지 않더라도 캐릭터가 보여야 한다.
더구나 입으로 말할 게 아니라 온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아무도 안 보여줬어헤드윅이 입으로 몇 개 하던데?최악이야.

커튼콜은 시기적 특성상 콘서트처럼 앙코르 곡을 몇 곡 불러준다.
비록 함께 뛰면서 즐기지는 못해도 노래를 듣는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지만 헤드윅과 이츠학이 시종 하트, 그리고 팔을 교차하며 두 사람이 연인처럼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은 극의 연장선은 아닌 것 같았다.

몇 년 전 베이스 홍영환의 데뷔 무대를 본 것 같은데 그때의 긴장과 어색함 없이 편안하다.
키보드 유지훈!
오랜만이야!
감정을 담은 연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드럼의 정일준은 처음이지만 좋았다.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임팩트를 주는 연주.기타 호감도 재키도 기뻤다.
춘감이 아니라 호감이라 좀 서운했는데 호감이 극에 집중되는 걸 보니 마음이 풀렸다.
나는 앉아 있던 밴드가 모두 함께 일어서는 순간을 아주 좋아한다.
키보드로 시작해 베이스가 얹히고 기타와 드럼이 만나는 순간,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안방만 항상 그대로네헤드 해즈처럼 나이를 먹는 안방

그 밖에 새로운 영상이 열일하는 2021헤드윅이다.
영상이 뭔가가 다채롭게 늘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넘버를 보느라 영상까지 볼 겨를이 없었지만 영상만 모아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익스큐지트콥스나 장면도 괴상하고 영상도 괴상하고 무서웠다.
그 장면은 무서운 것이 당연하다.

에필로그는 우울해져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다.
새삼스럽게 연기를 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얼마나 귀중한지 뼈저리게 느낄 시간이다.
헤드윅이 변했는지, 내가 변했는지, 세상이 변했는지 답을 찾지 못한 채 걸었다.
그래도 새 시즌이 오면 나는 다시 헤드윅을 찾는다.

얼마나 슬펐는지 이틀가량 헤드윅의 꿈까지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