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지금 여기, 터키!] ④ ‘역대급

코로나 일상(위드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여행플러스는 9월 2127일 터키 남동부 지역을 돌았다.
언론에 처음 공개되는 웅장한 신석기 유적지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샹르우르파, 마르딘, 가지안텝 등 터키의 명소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텅 빈 인천국제공항. 9월 말 코로나19사태 이후 처음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터키 문화관광부의 초청을 받아 터키 남동부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모처럼 여행가방을 들고 찾아온 인천공항은 듣던 대로 텅 비어 있었다.
앉을 자리를 찾아 헤매던 시절과는 상반되게 거리를 두라는 문구가 적힌 텅 빈 의자로 가득했다.
지루한 대기시간을 견디기 위해 양손 가득 가져온 커피와 간식, 마스크를 벗기 어려운 시국이어서 날아갔다.

인천-이스탄불 터키항공 비행기, 마스크, 물티슈, 손 소독제 넉넉히 준다.
터키 이스탄불로 향하는 터키항공의 기내 모습.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위생 키트를 받는다.
마스크, 손소독제, 소독티슈 등이 풍부하다.
이코노미석 중 양 옆에 복도가 있는 가운데 자리했는데 양 옆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요즘은 이코노미를 타도 국제선은 다리를 쭉 뻗고 가는 게 사실이었다며 한번 누워 보았다(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거의 만석으로 가운데 자리에 타도 양쪽에 승객이 있었다).

출발 당시 비바람으로 출발이 늦어졌다.
1시간 반 정도 기다린 뒤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바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연결편을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잠시 했지만 그때까지도 설마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느끼는 비행의 설렘을 만끽했다.

기내식이 아닌 시간에 마스크를 벗으면 승무원이 제지한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먹던 기내식, 너무 그리워서 천천히 맛보면서 먹어치웠다.
기내식을 섭취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해야 한다.
승무원들이 수시로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했다.
철통같은 방역이 이뤄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터키 이스탄불 신공항 11시간 반을 날아 이스탄불 신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펄쩍펄쩍 뛰어야 했다.
환승 비행기 탑승 마감 15분 전이었다.
하지만 공항이 커봤자 얼마나 클까, 국내선 환승쯤이야 하는 마음이 앞서서 아슬아슬하게나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잘못 생각한 것은 공항에 내려 20여 분을 달려야 국내선 환승 게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그게 다가 아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입국 심사도 까다로워 시간이 걸렸다.
이미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 된 때라 그때부터는 반포기 상태였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게이트를 찾아 나섰더니 게이트는 얼마나 많고 넓었던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도착했지만 이미 비행기는 떠나고 있었다.
미리 맡긴 짐도 저 비행기와 함께 갔잖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무너져 내렸다.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듯한 설렘은 가시고 혼자 빈 게이트에서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터키항공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기상상황 때문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져 환승 비행기를 놓쳤으며 다음 비행기로 티켓을 교환하고 싶다는 의사를 차분히 밝혔다.
그러자 다시 나가 터키항공 국내선 데스크에서 표를 재발행 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호텔 바우처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

이스탄불 공항의 국내선 데스크에 가서 다음 티켓으로 재발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워낙 관광객이 넘쳐나는 상황이어서 담당 직원이 기다리라고만 하고 처리를 빨리 하지 않았다.
한국처럼 속전속결 해결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음 표를 재발급하는 데는 1시간 이상 걸렸다.
짐은 최종 목적지에서 발견된다고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호텔 바우처를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일단 티켓만 뽑고 앉을 자리를 찾았다.

이스탄불 공항 2층에는 푸드코트와 콘센트가 있는 테이블이 여유롭다.
다음 항공권은 약 9시간 후에 출발하는 비행기였다.
시내로 잠깐 나갈까 했는데, 인천공항과는 달리 공항에서 나와 다시 들어가 수속을 밟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듯했다.
또 이스탄불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낯선 타국 땅에서 모험을 하는 것도 두려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공항에서 시간을 버텨보기로 했다.

긴장이 좀 풀렸더니 배가 고팠다.
푸드코트가 모여 있다는 2층으로 향했다.
패스트푸드 위주였지만 먹을 만한 식당이 여럿이었고 자리도 충분했다.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기 때문에 식사 후에도 전자기기를 이용해 지내기 편했다.

이스탄불 공항 호텔 ‘요텔(YOTEL)’ 랜드사이드 공항에서 혼자 9시간을 기다렸다.
고맙게도 이번 여정의 주최 측인 터키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공항호텔 바우처를 지원받았다.
유럽 최대의 공항호텔이라는 ‘YOTEL’로 향했다.
출국심사 전 투숙할 수 있는 랜드사이드(Landside) 호텔과 심사 후 머무를 에어사이드(Airside) 호텔로 나뉜다.
기자가 이용한 랜드사이드 호텔 라운지에는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요텔 관계자는 객실 제공과 함께 환승시간 동안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안내했다.

1박에 10만원대, 20만원대까지 있는 고가의 호텔이지만, 새롭게 생긴 성과시설이 훌륭하고 깨끗했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고 영어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해 어렵지 않게 안내받을 수 있었다.
환승객들을 위해 시간 단위로 예약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요텔랜드 쪽 객실 내부 모습.색이 계속 변하는, 마치 우주에 온 것 같은 조명이 독특했다.
창틈으로 공항 뷰가 펼쳐진다.
오랜 비행으로 지친 상태에서 공항을 누비며 지친 몸을 이끌고 객실에 도착해 침대에 누우면 천국 같았다.
샤워를 하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9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환승 이용객이 많은 공항으로 알려진 이스탄불 신공항에서 장기간 환승대기를 해야 할 때 이곳에 머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객이 너무 많고 짐도 많아 이동도 어려울 때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항공기 지연 등의 보상이 가능한 이유로 비행기를 놓칠 경우 무상으로 제공되니 항공사에 꼭 문의하자.

이스탄불 공항 국제선 면세점. 오전 1시경임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매우 많다.
또 다른 팁은 면세점이다.
한국에 돌아오던 날 오전 1시경 이스탄불 국제선 면세점을 촬영한 모습이다.
인천공항의 텅 빈 면세점과는 달리 모든 점포가 문을 열었고, 이용객이 많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항공편 일정이 빡빡한 공항이어서 그런지 공항은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
원래 면세품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 이것저것 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터키 국내선 항공기 코로나 이후 첫 해외행, 그리고 이스탄불 신공항을 처음으로 이용해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달부터 터키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양국에서 격리가 면제되는 국가로 지정돼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터키를 여행하거나 경유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미리 고생해 본 뒤 몇 가지 팁을 제시해 본다.

우선 엄청난 규모의 공항이고 코로나 시국에도 이용객이 매우 많으므로 환승 비행기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환승 비행기를 놓치면 다음 시간대의 항공권을 받는 데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친절하고 신속한 처리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스탄불 국내선 대기행렬. 만약 부득이한 상황에서 이스탄불 공항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이스탄불 여행 계획이 없다면 공항호텔 ‘요텔’을 이용해보자. 코로나19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꺼려지는 시기에 2019년에 만들어진 신상품 호텔에서 프라이빗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호텔에 머물기 힘들다면 푸드코드나 게이트 근처의 콘센트가 있는 테이블에 앉는 것이 좋다.
푸드코트의 경우 음식을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공항 입장 전부터 비행기 탑승 직전까지 몇 차례의 짐 검사, PCR 검사 결과서, 백신 접종 증명서 확인 등을 거친다.

강예신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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