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은퇴 은퇴 없는 대한민국…40대 셋

’70대 인턴’ 들었어요? 현실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영화 속에서는 ‘관록의 인턴’이 등장합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의 주연 배우 로버트 드 니로입니다.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는 정년퇴직을 한 70대 노인입니다.
은퇴 후에도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했을 때처럼 씻고 옷을 입는 것을 반복합니다.
예전과 달리 출근할 직장이 없는데 말이죠.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영화 ‘인턴’으로 70대 나이인 스타트업 인턴으로 입사했다.

은퇴 후 지루함에 시달리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깁니다.
‘어바웃 더 핏’이라는 회사에서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기로 한 겁니다.
그는 적극 지원해 회사 대표 앤 해서웨이의 인턴 비서로 채용됩니다.
30대 젊은 CEO였던 앤 해서웨이는 처음에는 그를 믿지 못하고 일자리를 주지 않지만 관록 있는 그를 보며 그에게 의지해 우정을 쌓아갑니다.

70대라도 경험과 의지만 있다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한몫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은 시니어들이 국내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처럼 의지가 있고 일을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70대 중에는 가족 부양을 위해 은퇴하고 싶어도 여전히 쉬지 않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은퇴 코앞에 둔 이들 중 80% 노후준비 부족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 1위 ‘생활비’, 2위 ‘자녀 부양’

보통 65세 전후로 은퇴를 많이 해요. 은퇴 후에는 직장생활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골프나 등산, 배드민턴, 자전거 라이딩과 같은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많이 상상하실 것입니다.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신한은행이 2022년 4월 공개한 ‘보통인 금융생활보고서’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신한은행이 조사기관에 의뢰해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경제생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면접을 보고 있는 백발의 구직자

보고서를 살펴보면 은퇴를 눈앞에 둔 5060세대 중 80% 이상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부양가족에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았던 게 그 이유입니다.

구체적으로 50세에서 64세 사이의 경제활동인구 중 은퇴·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마쳤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18.5%에 불과했다.
81.5%(‘다른 사람과 비교해 같은 수준으로 준비한다’ 37.7%, ‘준비부족’ 43.8%)는 퇴직이 다가왔지만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됐다는 이들의 총자산은 10억8128만원이었습니다.
이들의 자산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금융자산이 1억6566만원, 부동산자산이 8억5748만원, 기타자산이 5814만원이었습니다.
반면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들의 총자산은 4억5230만원으로 준비가 됐다고 답한 이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자산 세부 항목별로도 대부분 노후가 준비됐다고 답한 사람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노후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이들은 총 저축·투자액 175만원 중 39.4%인 69만원을 정기적으로 적립해왔지만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들은 80만원의 저축·투자액 중 6.3%인 13만원 정도씩밖에 모으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생활비 때문이었습니다.
전체의 78.7%(중복응답 가능)가 ‘생활비 때문에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45.0%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족에게 들어가는 생활비 때문에 노후준비에 부족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직을 앞둔 이들의 80% 이상은 은퇴 후 활용할 주소득원으로 연금을 선택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준비된 사람들은 연금에 더해 그동안 모아둔 자산, 투자수입 등을 은퇴 후 생활비로 쓰겠다고 했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한 이들은 노령연금 등 공공부문에 의존하는 비중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은퇴노후준비 41.5세부터 시작한다.

실제 40대의 84.7%는 노후준비가 어려워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70세가 넘도록 일하는 33.2%

은퇴를 약 20년 앞둔 40대는 어떨까요? 40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40대의 84.7%도 노후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령층은 이번 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은퇴와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한 나이 41.5세와 맞물린 세대입니다.
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죠.

40대 중 57.0%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유로 ‘부모, 자녀 등 가족을 위한 경제적 부양 부담’을 꼽았습니다.
40대는 자녀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사교육비 부담이 큰 연령대입니다.
동시에 은퇴한 부모님의 생계를 함께 책임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신한은행의 보통인 금융생활보고서 중 항목별 월 고정소비액.

실제 30대와 비교해 40대로 늘어난 월 소비액 79만원 중 대부분은 가족을 위한 식비와 교육비, 용돈 지급 등에 사용됐습니다.
교육비가 34만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각각 13만원과 7만원 증가한 식비와 용돈보다 배 이상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저축액은 27만원 수준이었습니다.
40대의 절반가량인 45.7%는 내년도 소비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답해 당분간 노후 대비가 어려운 실정임을 보였습니다.

이어 40대 10명 중 3명은 앞으로 3년 안에 부동산을 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39.1%가 “대출을 받거나 가족, 지인 등에게 빌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 부담까지 늘어날 경우 이들의 노후준비시계는 더욱 흐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40대의 57.2%는 정년인 65세 전 은퇴를 예상했지만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58.4%가 65세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70세가 넘도록 일한다는 응답은 33.2% 수준이었습니다.

통계청의 ‘2018년 고령자 통계’ 자료를 보면 2017년도 기준 우리나라의 70~74세 고용률은 3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OECD 평균은 15.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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